직장인들이 월급을 받고 나면 늘 하는 행복하면서도 머리 아픈 고민이 있습니다.
"이번 달에 남은 여유 자금으로 대출 원금을 조금이라도 더 갚아야 할까, 아니면 요즘 금리가 높다는 정기적금을 하나 더 들어야 할까?"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는 금리 인상기에는 이 고민이 더욱 깊어집니다.
스마트폰 뱅킹 앱을 켜면 연 5%가 넘는 고금리 적금 특판이 눈길을 사로잡고, 동시에 내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이자율이 찍힌 고지서를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처음 재테크를 시작했을 때 저 역시 숫자가 높은 적금 금리에 마음이 끌려 대출을 둔 채 적금 통장 개수를 늘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의 '실질 수익률'과 세금의 법칙을 제대로 계산해 본 뒤, 그동안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돈을 굴렸는지 깨닫고 통장을 전면 재정비했습니다.
두 선택지 중 내 상황에 맞는 정답을 찾는 명쾌한 기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겉보기 금리의 함정: 세금과 이자 계산 방식 비교
우리가 가장 먼저 깨뜨려야 할 환상은 "대출 금리가 5%이고 적금 금리가 5%면 똑같다"는 생각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표면적인 숫자가 같을 때 무조건 대출을 갚는 것이 이득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세금(이자소득세)' 때문입니다.
은행에 적금을 넣어 이자를 받을 때는 국가에서 15.4%의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남은 돈만 내 통장에 넣어줍니다.
즉, 연 5%짜리 적금에 가입하더라도 내가 실제로 손에 쥐는 실질 금리는 약 4.23%에 불과합니다. 반면, 대출 상환은 내가 내야 할 이자 비용 자체를 없애는 행위이므로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
대출 이자를 5% 줄이는 것은 세후 수익률 5%를 확정적으로 얻는 것과 같습니다.
둘째는 '이자 계산 방식의 차이' 때문입니다.
앞서 8편에서 다루었듯이, 정기적금은 매달 분할 납입하기 때문에 실제로 은행에 머무는 기간이 짧아 실질 이자가 표기된 금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하지만 대출 이자는 매달 남아있는 '원금 전체'에 대해 매일 일할 계산되어 부과됩니다. 즉, 똑같은 5%라도 적금으로 버는 돈보다 대출로 새어나가는 돈의 규모가 훨씬 큽니다.
2. 숫자를 넘어선 실전 판단 기준 3가지
그렇다면 무조건 적금을 들지 말고 대출만 갚아야 할까요? 이론과 실전은 다릅니다. 내 지갑의 안전을 지키면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 현실적인 조건을 대입해 보아야 합니다.
첫째, 기존 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를 확인해야 합니다. 대출을 받은 지 아직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원금을 미리 갚을 때 은행에 '중도상환수수료(보통 0.5%~1.4% 내외)'를 내야 합니다.
만약 적금을 부어서 얻는 세후 이자보다 대출을 갚을 때 내야 하는 수수료 부담이 더 크다면, 차라리 대출 상환을 잠시 미루고 적금이나 파킹통장에 돈을 모았다가 3년이 지난 시점에 한 번에 갚는 것이 현명합니다.
요즘은 은행별로 매년 원금의 10%까지는 수수료 없이 면제해 주는 조건이 있으니 약정서를 꼭 확인하세요.
둘째, 내 가계의 '유동성 리스크(비상금)'를 점검해야 합니다. 대출을 갚는 것은 아주 훌륭한 투자이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한 번 대출 통장으로 들어간 돈은 급전이 필요하다고 해서 마음대로 다시 꺼내 쓸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만약 집에 있는 현금을 탈탈 털어 대출만 전부 갚아버렸는데, 갑작스러운 병원비나 경조사비로 수백만 원이 필요해지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더 높은 금리의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소 3~6개월 치의 생활비는 파킹통장에 쥐고 있는 상태에서 남은 돈으로 상환을 고민해야 합니다.
셋째, 대출의 종류와 금리 형태를 보아야 합니다. 내가 가진 대출이 30년 만기 고정금리 정책대출(디딤돌, 보금자리론 등)이고 금리가 연 2~3%대로 매우 낮다면, 금리 인상기에 급하게 갚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지금 시중 은행의 정기예금이나 적금 금리가 연 4~5%를 웃돈다면, 오히려 대출을 갚지 않고 그 돈을 고금리 저축 상품에 넣어 '금리 차익(마진)'을 남기는 것이 자산을 더 빠르게 불리는 방법입니다.
반대로 연 6~7%가 넘는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 변동금리 대출을 가지고 있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상환이 1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3. 직장인을 위한 최종 자금 배분 체크리스트
재테크 초보자라면 복잡한 계산 대신 아래의 순서대로 자금의 우선순위를 밸런스 있게 배분해 보시기 바랍니다.
1단계: 갑작스러운 지출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상금(생활비 3배수)을 파킹통장에 마련한다.
2단계: 내 대출 중 금리가 가장 높은 '신용대출'이나 '변동금리 대출'의 원금을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범위 내에서 우선 상환한다.
3단계: 남은 여유 자금이 있다면, 대출 금리와 적금의 '세후 실질 금리'를 비교하여 숫자가 더 높은 쪽으로 유동적으로 납입한다.
핵심 요약
표면 금리가 같더라도 이자소득세(15.4%)와 적금의 분할 납입 구조 때문에 대출을 갚는 것이 적금을 드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훨씬 유리합니다.
대출을 상환할 때는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수수료 면제 비율을 활용해 영리하게 갚아야 합니다.
자금을 올인하여 대출만 갚으면 급전이 필요할 때 위기를 겪을 수 있으므로, 안전판 역할을 할 비상금을 반드시 확보한 뒤 남은 돈으로 상환해야 합니다.
구독자님을 위한 질문: 여러분은 현재 보너스나 여유 자금이 생겼을 때, 대출 통장으로 먼저 보내시나요 아니면 새로운 저축 통장으로 보내시나요? 여러분만의 자금 배분 기준을 댓글로 자유롭게 나누어 주세요!
0 댓글